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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목네이버랩스 인턴 후기2024-08-11 11:4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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안녕하세요, 

다음 주에 졸업을 하게 된 로봇비전트랙 19학번 학생입니다. 현재 네이버랩스 로봇 Perception 팀에서 5달 째 개발 인턴으로 근무하고 있습니다. 

아직 6개월 인턴 기간이 끝나지는 않았지만, 재학생일 때 아고라에 마지막으로 글 남기고 싶어서 조금 이른 후기를 씁니다. 


저도 새로운 시도를 하기 전에 용기가 안 날 때 마다 다른 사람들의 후기를 읽기 때문에, 저의 사례도 혹시 참고가 될까 싶어 공유하고자 합니다. 그냥 이런 케이스도 있구나- 하는 매우 가벼운 글로 읽어주시기를 바랍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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네이버랩스에 왜 가게 되었는지에 대해 간단히 소개를 하자면, 저는 사실 2019년에 전자공학과로 입학을 했습니다. 

1학년 때 들어간 동아리에서 조그만 로봇들을 만들었고, 특히 임베디드 라인트레이서를 만들면서 로봇 제작이라면 저는 밤을 새도 괜찮다는 걸 알았습니다. 2학년 전공 설계 과목을 땡겨 들으면서 <비눗방울을 뿜고 노래하며 움직이는 로봇>을 만들어서 제출한 적도 있습니다. 지금 생각하면 황당할 정도로 허접하지만, 설계 과목 교수님께서 노력이 가상하다고 생각하셨는지 좋은 점수를 주셨던 생각이 납니다. 


로봇을 만드는 게 너무 재밌어서 더 좋은 로봇을 만들고 싶어졌습니다. 그리고 이 시대에 좋은 로봇을 만들려면 소프트웨어적 지식도 필요하다고 생각해서 소프트웨어융합학과 복수전공을 목표하게 되었습니다. 


소융과 복수전공을 신청하려면 포트폴리오를 제출해야 했는데, 그때 저는 포트폴리오에 쓸 게 아무것도 없었기 때문에 겸사겸사 1년간 휴학을 하며 각종 대회에 출전하고 포폴을 준비했습니다. 그리고 이듬해 복수전공을 신청하고 승인받아 소융과 로봇비전트랙 (당시에는 미래자동차로봇트랙)을 복수전공 하게 되었습니다. 


그때 포트폴리오에 <제가 왜 소융과를 복전하고 싶은지>에 대한 만화 ;; 를 그려서 웹사이트로 만든 링크를 첨부하는 등 저로서는 승인을 받기 위해 많은 노력을 기울였습니다. 

직전학기 성적이 2.9점대였음에도 불구하고 복수전공을 승인해주신 소융과 교수님들께 지금도 정말 감사하다는 말씀 드리고 싶습니다. (지금은 재수강을 많이 해서... 열심히 학점을 세탁했습니다. ㅎㅎ)


소융과를 복전하면서 저의 삶이 통째로 바뀌게 되었다고 생각합니다. 꼭 배우고 싶었던 수업을 들을 수 있으니까 동기부여도 많이 되었습니다. 원래 그렇게 대학교를 좋아하던 학생이 아니었는데, 좋아하는 공부를 하면서 적극적으로 활동할 기회도 주어지니까 학교에 대해 고마운 마음도 커지고 열심히 하게 되더라구요. 

소융과 덕분에 소프트웨어중심대학 사업단에서 진행하는 퍼듀대학교 학생 인턴십도 4달간 다녀올 수 있었습니다. 농장이 많은 인디애나 주에서 모바일 로봇을 만들던 퍼듀대학교 인턴 시기 덕분에, 향후에도 연구하고 싶은 주제 (실외 오프로드 모바일 로봇 주행 안정성 향상을 위한 인지)를 만날 수 있었습니다. 


퍼듀대 인턴십을 마치고 3,4학년 때 제 인생에서 제일 중요한 일은 소융과의 두 개의 캡스톤디자인을 잘 수행하는 것이었습니다. 

1년 동안 미팅을 하면서 배운 것이 정말 많지만, 제일 큰 것은 "일을 마무리 하는 경험"이었다고 생각합니다. 지도교수님께서 때로는 야단도 쳐 주시고, 때로는 방향도 잡아 주시면서 잘 가르쳐 주셨기 때문에 도메인 리서치하고 아이디어 구현을 하는 능력이 많이 길러졌다고 생각합니다. 목표치를 달성하고 피드백을 수용하는 연습도 했습니다. 


트랙 캡디 첫 날 오리엔테이션 피피티에 빨간(?) 글씨로 <실패는 용납하지 않습니다.>라고 써 있던 게 기억에 남네요... ㅋㅋ. 작은 거라도 끝까지 완성도 있게 마무리하는 경험이 필요하다는 맥락이셨던 것으로 기억합니다. 


제게 캡디는 로봇 연구 개발에 필요한 많은 경험들을 할 수 있는 정말 소중한 기회였습니다. 

캡디를 하기 전에 저는 상황 파악이 잘 안 되고 다소 심약해서 잘 우는 ㅠ.ㅠ 학생이었습니다. 그래서 함께 일 하기에는 좀 곤란한 사람이었는데 캡디를 통해 타인과 소통하며 업무를 수행하는 법을 배웠고, 그렇게 사회인으로서 나갈 준비를 할 수 있었던 것 같습니다. 


어쨌든 매 주 잘 지도해 주신 덕에 8 페이지짜리 소융과 졸업 논문을 IEEE 학회에 제출해 LA로 발표를 하러 갔다 오기도 했습니다. 

지금도 캡디의 경험은 저에게 가장 큰 자산입니다. 당시에는 진짜 어렵고 힘들기는 했는데, 그래서 더더욱 얻어간 게 많았다고 생각합니다. 


졸업논문까지 다 끝낸 4학년 1학기 직후에는 소융과 현장실습으로 로봇 팔 회사에서 2달동안 근무를 했습니다. 

거기서 어쩌다 보니 국내 로봇 저널에 논문을 게재하기도 하면서 방학을 보내고 있던 차에, 네이버랩스 로봇비전팀에서 로봇 소프트웨어 개발 직무로 인턴을 뽑고 있다는 소식을 접했습니다. 그리고 서류, 코테, 면접, 임원 면접 등 여러 프로세스 끝에 채용되었습니다. 


네이버랩스는 네이버의 로봇 연구개발 자회사로, 연구원분들과 함께 연구를 하고 논문을 작성하는 연구 인턴 (석사 이상) 과 개발 업무를 주로 수행하는 개발 인턴을 나눠 뽑습니다. 

저는 그 중 로봇 개발 인턴으로 근무하고 있습니다. 네이버랩스에서 개발하는 비전 알고리즘을 로봇에 적용하는 것에 관련한 여러 업무를 수행하고 있고, 가장 주된 일은 로봇용 inference board에 들어가는 소프트웨어를 제작하는 것입니다. 

1) 통신 모듈 개발, 2) 로봇 센서 데이터 - 알고리즘 integration, 3) 간단한 수준의 모델 경량화, 4) 하드웨어 세팅, + 5) 로봇 실험용 모니터링 앱 제작, 6) 멀티로봇 관제시스템 개발 지원 등등 팀에서 필요로 하시는 인턴 업무를 최선을 다해 하고 있습니다. 


짧은 기간이지만 회사에 오니 소융과에서 배웠던 것들이 얼마나 소중한 지식이었는지 절절하게 깨닫습니다. 다른 분야는 또 매우 다르겠지만, <로봇 SW 개발>이라는 저의 직무에 필요했던 지식들은 다음과 같습니다. 


로봇비전트랙 학생이 로봇 회사에서 근무하다 보니, 로봇비전트랙 과목에 치우친 점 양해 부탁드립니다. 


우선 <로봇프로그래밍> 과목에서 가르쳐주시는 ROS는 모든 로봇필드에서 매우 중요한 역량인 것 같습니다. ROS1,2를 손발처럼 능숙하게 다룰 줄 알면 매우 좋습니다. 

도커를 이용해 필요한 환경을 구축하고 사용하는 경험도 다소 필요하다고 생각합니다. 알고리즘 개발용, 테스트용 등 여러 도커 환경을 구축하고 활용하는 능력이 실무에서 많이 요구되는 것 같습니다. 

또한 저는 캡디나 대회 등을 통해서 3D/2D LiDAR, RGB-D/스테레오 등 Depth 카메라, GPS, IMU 등 각종 센서를 세팅하고 데이터를 가져오는 연습을 많이 했었는데, 로봇이나 센서 장비를 다양하게 다뤄 본 경험이 도움이 많이 되었습니다. 

ROS1에서 한 대의 Master에 여러 Slave를 연결해 동작시키거나, ROS2에서 DOMAIN_ID를 사용해 멀티로봇을 운용해 본 경험도 유용했습니다. ROS 생태계의 전반적인 구조나 ROS2 DDS의 작동 원리에 대한 이해도 필요하다고 생각합니다. 

개발 스킬 중에서는 CMake를 이용한 C++ 프로그램 개발 및 컴파일 능력이 중요하다고 생각합니다. CMakeLists.txt를 활용해 의존성을 관리하고 패키지를 링크하며 효과적으로 디버깅하는 능력이 큰 도움이 됩니다. 

로봇에는 주로 싱글보드 컴퓨터가 사용되기 때문에 Jetson 시리즈 (Orin, Xavier 등)나 Pi 시리즈 (Orange Pi, Raspberry Pi 등)을 세팅할 일도 많이 있었습니다. 부팅 디스크 생성, SD 카드에 OS 이미지 플래싱, 젯팩 설치 등의 과정에 익숙해지면 좋을 것 같습니다. 자주(?) 우분투를 밀고 새로 깔게 되니까요....

가제보, 무조코, IsaacSim 등 시뮬레이터 사용 경험도 매우 유용하다고 생각합니다. 


직무마다 전문적으로 요구하는 역량은 물론 다르겠지만, 실제 로봇을 사용하는 쪽에서는 

'로봇 세팅 - 로봇 실험 & 센서 데이터 수집 - 데이터 시각화 & 실험 결과 관찰 - 알고리즘 개선' 의 과정이 반복됩니다. 이를 위해서는 리눅스 환경에서의 ROS C++ 개발 쪽 역량이 기본적으로 필요한 것 같습니다. 


또한 <3D 데이터 처리> 과목에서 배우는 카메라 기하학, 카메라 파라미터, 2D Feature Extraction, 3D Reconstruction도 업무를 할 때 꼭 필요했습니다. (제가 로봇 Perception 팀에 있어서 그런 것이겠지만요.)


그리고 저는 <심층신경망을 이용한 로봇 인지> 라는 소융과 대학원 과목도 수강한 적이 있는데, 직접적으로 업무에 쓰이진 않더라도 거기서 배운 SOTA 딥러닝 지식들이 없었더라면 회의에서 나누시는 대화의 반도 잘 못 알아들었을 것 같습니다. 


추가로 통신 쪽 지식도 많으면 저의 경우에는 도움이 되었습니다. 로봇-서버, 로봇-로봇 간의 유무선 통신을 계속 하기 때문에 TCP/UDP 등 통신 방식의 특징과 그에 따른 성능 차이 등에 대해 알고 있으면 더 빠르고 효율적으로 동작하는 로봇을 만드는 데 도움이 되는 것 같습니다. 


연구를 하시는 분들은 또 전혀 다른 세계이겠지만 아무튼 저는 그랬습니다. 



회사에 와서 좋았던 점은 여러 가지가 있는데, 우선 큰 조직에서 다양한 사람들과 소통하며 일 한다는 점이 사회 초년생인 저에게는 매우 설레는 경험이었습니다. 큰 흐름과 복잡한 이해관계가 만나는 곳에서 제가 맡은 작은 일의 의미를 찾고 그것을 함께 구체화 해 나가는 과정이 뿌듯하기도 했습니다. 

아, 그리고 네이버랩스는 밥이 맛있고 1784 건물 안에는 아주 귀여운 로봇들이 다닙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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소융과에 감사하는 말씀 전하기 위해 이렇게 긴 글을 쓰고 있네요. 성적도 안 좋았던 타과 학생을 믿고 복수전공 승인해주셔서 덕분에 열심히 배우며 학교 다닐 수 있었습니다. 그래서 저한테는 경희대 소융과가 최고의 대학이었습니다. 


로봇비전트랙은 사람도 제일 적은 트랙이라... 나름 이것 저것 두서없이 해 본 저의 경험이 혹시 로봇비전트랙 동기 및 후배님들께 참고가 될까 싶어 적어봅니다. 


마지막으로 정말 존경하는 황효석 교수님께 감사 인사 드립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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